"우아한 동작에 매료돼 시작… 폴스포츠 편견 깨는 게 목표" [S스토리]

2022-06-21

김진희 한국폴스포츠협회장


김진희(40·사진) 한국폴스포츠협회(KPSA) 회장이 ‘워킹’이라고 불리는 폴스포츠 기초 동작을 선보였다. 워킹은 두 팔로 폴을 잡아 매달린 뒤 걷는 것처럼 다리를 움직이며 빙글빙글 도는 기술로 폴스포츠에 입문하기 위한 필수 동작이다. ‘나도 할 수 있겠는데?’ 하는 마음이 들어 호기롭게 뛰어올라 폴을 잡았지만 워킹은커녕 5초도 매달리지 못하고 그대로 미끄러졌다. 김 회장은 ‘손으로 폴을 잡는 게 아니라 오른쪽 팔꿈치로 폴을 누른 뒤 몸을 돌려야 한다’고 조언했다. 팁을 듣고 나서 다시 팔꿈치까지 써서 버텨봤다. ‘이렇게 하면 힘은 덜 들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팔꿈치가 아파 버틸 수 없었다. 폴을 잡고 있던 시간은 10초도 안 된 것 같았지만 벌써 숨이 찼다.


지난 13일 서울 강남구 KPSA에서 만난 김 회장은 “쉽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폴에서 제대로 된 동작을 하기까지 최소 3개월은 필요하다”며 “스트레칭으로 몸을 유연하게 만들어준 다음 최소한의 근력을 키우고 나서야 폴을 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06년 태국에서 처음 폴스포츠를 접한 그는 우아한 동작에 매료돼 폴스포츠를 배우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나라에서 폴스포츠는 낯선 운동이었다. 김 회장은 “이후부터 폴스포츠에 호기심을 갖고 집요하게 공부하기 시작했다”며 “집에 폴까지 설치했고, 외국영상 등을 참고하면서 폴에서 놀았고 그렇게 하나하나 배워갔다”고 회상했다. 그러던 중 2014년 국제폴스포츠연맹(IPSF)을 발견하고 직접 연락을 했다. 그는 “IPSF 답변을 받고 한국에 협회를 만들어 연맹에 가입하기 위해 IPSF에서 받은 자료를 일일이 번역해 문서작업을 마쳤다. 2016년 우여곡절 끝에 협회가 창립됐고, 2018년엔 사비를 털어 첫 한국대회를 개최했다”고 돌아봤다.


어렵게 협회를 만들었지만 고난은 이때부터 시작이었다. 폴댄스 학원 등으로부터 왜 마음대로 협회를 만드냐는 각종 항의를 받았기 때문이다. 김 회장은 그때를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시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김 회장은 폴스포츠를 ‘봉춤’이라고 비하하는 시선과 퇴폐적인 이미지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는 “해외 등에서 가면을 쓰고 야한 옷을 입은 채로 폴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본 사람들이 폴스포츠에 대해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며 “주변에 ‘폴스포츠를 배운다’고 하면 편견을 갖지 않게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했다.


기사제공 세계일보

정필재 기자 rus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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