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의 이미지를 새롭게 정의하다

2019-08-14

Prologue

‘선정적이다’, ‘어렵다’, ‘특별하다’. 불과 몇 년 전까지 존재하던 폴댄스(수직 기둥을 쓰고, 유연성과 근력을 구사하며 오르내리기·스핀·거꾸로 서기 등을 조합한 춤)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다. 하지만 이제 폴스포츠는 기존의 폴댄스에서 정식 운동 종목으로 인정받게 되며 편견에서 벗어나기 위한 노력을 펼치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국내 폴스포츠 발전을 앞장서서 이끌어가는 한국폴스포츠협회장 김진희(38) 씨. 폴을 타고 날아오르며 폴스포츠의 자리매김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그녀를 지난달 30일, 한국폴스포츠협회 용인지부에서 만났다.

▶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한다.

한국폴스포츠 협회장이자 폴 스튜디오를 운영 중인 김진희다.

▶ 폴 댄스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시작은 단순히 예뻐서였던 것 같다. 2005년도쯤 해외 서커스 공연에서 난생처음으로 폴 공연을 보게 됐는데, 알 수 없는 아름다움에 완전히 매료됐다. 귀국 후 폴을 배울 수 있는 곳을 찾아봤지만, 그 당시에 국내에서 이런 것을 전문적으로 지도하는 교습소가 없었다. 1년이 지난 후에야 수소문 끝에 교습소를 발견했고, 그곳에서 첫 발돋움을 했다.

▶ 폴댄스가 아닌 폴스포츠의 길을 걷게 된 이유는 무엇인가.

2008년 케이티 코츠(현 국제폴스포츠연맹 회장)가 “폴댄스는 단순한 댄스가 아닌 스포츠로써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이것을 ‘폴스포츠’라고 재명명하여 올림픽 스포츠로서 발전을 이루자”라는 캠페인을 진행했다. 당시 이 캠페인은 업계 종사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고, 같은 뜻을 가진 유럽 13개 국가 협회와 함께 국제폴스포츠연맹이 설립됐다. 나 또한 이러한 뜻에 많이 공감했고, 또 참여하고 싶었다. 그 이후부터 한국폴스포츠협회를 설립해 국제폴스포츠연맹과 함께 뜻을 이뤄나가고 있다.

▶ 폴댄스와 폴스포츠의 차이는 무엇인가.

폴스포츠가 폴댄스로부터 파생된 종목이기에 차이점을 두기가 굉장히 애매하다. 하지만 가장 뚜렷한 차이점이라고 한다면 폴스포츠는 경기 스포츠로서 통일된 기술집과 규정이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든다면 정확한 다리의 각도, 2초간의 자세 유지, 기술 유지 상태로 720°의 회전 유지 등의 규정이 있다.

▶ 폴스포츠의 매력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곡예문화와 공연문화에서부터 발전을 이루면서 성장한 종목인 만큼 어떠한 스포츠보다도 아름다운 스포츠라는 게 가장 큰 매력이 아닐까 싶다.

▶ 현재 회장으로 있는 한국폴스포츠협회는 국제폴스포츠연맹에 대해 교섭권을 갖는 국내 유일의 단체라고 하는데 여기까지 오기 위해 어떤 어려움이 있었나.

한국의 편견 때문에 도입과 교섭에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나라는 40년 전부터 서부 영화에서 노출된 이미지에 대한 각인으로 폴댄스가 선정적이고 퇴폐적이기에 배척시켜야 하는 존재로 여겼다. 그러한 편견에 막혀 폴을 도입한 지 채 10년도 채 되지 않은, 도입도 발전도 후발 주자인 국내에서 폴스포츠를 발전시켜야 한다고 하니 다들 등한시하는 게 당연했고, 이 점 때문에 인식 개선 부분에 많은 노력을 쏟아야 했다.

▶ 업계에 종사하며 가장 뿌듯했던 일은 무엇인가.

폴스포츠선수권대회의 개최를 가장 뿌듯하게 생각한다. 작년 태릉선수촌에서 제1회 한국폴스포츠선수권대회를 개최했는데, 예상외로 정말 많은 관심과 사랑을 받았다. 몇 명 없는 선수로 개최된 선수권대회였지만 미디어와 대중들의 많은 관심이 쏟아졌고, ‘폴댄스는 하나의 스포츠’라는 인식을 대중들에게 전달할 수 있는 기회였다.

▶ 첫 번째 선수권대회를 개최했을 때 느낌이 어땠나.

또 다른 시작점에 섰다는 생각을 했다. 선수권대회를 개최하며 대중들에게 존재를 각인시킬 수 있다거나 인식이 개선될 거란 생각은 전혀 못 했다. 하지만 예상외로 많은 관심을 받게 됐고, 많은 분이 응원을 해주셨다. 선수권대회가 끝나고 태릉선수촌에 혼자 남아 뒷정리를 하고 있을 때 지금까지 직원들과 함께 고생한 기억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그때 알 수 없는 희열을 느꼈던 것 같다. 지금도 그 기억이 원동력이 돼 열심히 하고 있다.

▶ 폴댄스, 폴스포츠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존재하는데,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오랜 시간 그렇게 각인돼왔기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 편견을 건강한 이미지로 바꾸기 위해 협회뿐만 아니라 국내 모든 폴 업계 종사자들이 함께 노력하고 있다. 그러니 대중들도 건강한 이미지로 바라봐 주시고, 애정 어린 관심을 가져주신다면 남녀노소 즐길 수 있는 매력적인 운동과 댄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본인에게 ‘폴’이란 어떤 의미인가.

폴스포츠를 우리나라에 알리기 위해 열심히 달려왔다. 그래서인지 처음에는 마냥 좋았던 폴이 이제는 애증의 존재가 됐다. 너무나도 사랑하지만, 한편으로는 너무나도 나를 힘들게 한다.

▶ 앞으로의 목표는 무엇인가.

대외적으로는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을, 대내적으로는 국가 공인 자격증의 제작을 목표로 삼고 있다. 현재 폴스포츠는 어떠한 신규 스포츠보다 가장 빠른 발전 속도로 성장해나가며, 올림픽 정식 종목 신청을 앞두고 있다. 따라서 한국폴스포츠협회 뿐만 아니라 국제연맹에 속한 60여개 국가의 협회들이 올림픽 정식 종목 채택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지고 열심히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소소하지만 개인적인 목표로는 운영하고 폴 스튜디오에서 계속 수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 폴스포츠에 대해 모르는 사람도 많고 선수와 경기가 아직 활발하지 못한 것 같다. 협회는 어떤 노력을 하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노력을 할 것인가.

경기에 출전하고 싶은 선수들은 많은데 규정이 복잡해서 출전을 포기하는 선수들이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올해부터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폴스포츠 규정에 대해 교육 세미나를 시작했다. 생각보다 반응이 좋아 꾸준히 교육 세미나를 개최할 생각이며, 체계화된 지도자 및 선수 육성 과정에 대해 계속해서 고민하고 시도할 예정이다.

▶ [공/통/질/문] 마지막까지 자신과 함께하고 싶은 ○○는 무엇인가.

믿음이다. 누군가를 신뢰하면 상대방도 나를 진심으로 대한다. 그러므로 모든 일에서 믿음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또 그런 믿음을 끝까지 가져가고 싶다.

▶ 대학생에게 해주고 싶은 말 한마디 부탁한다.

보이는 게 중요한 게 아니다. 어디서 무엇을 하던 부끄럽다는 생각 말고 그 자리에서 하고 싶은 걸 즐기며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보면 좋겠다. 부지런히 움직이고 힘들어도 웃으면서, 어렵더라도 용기를 가지고, 짜증이 나더라도 숨 한번 크게 쉬고 다시 도전해보는 멋진 사람이 되길 바란다.

인터뷰에서 만난 그녀는 폴스포츠의 발전을 위한 노력을 “어떠한 식물도 자라지 못하는 불모지 같은 땅에 무작정 씨앗을 심었다”고 표현했다. 매번 씨앗은 말라 죽어버렸지만 그래도 계속해서 심었다. 언젠가는 꽃을 피울 수 있으리라는 생각 하나만으로 그녀는 계속 도전했다. 그렇게 교섭권을 가지게 됐고 많은 사람에게 폴스포츠를 알렸다. 기자는 그녀의 노력이 불모지의 씨앗에게 물이 되고 거름이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해본다. 앞으로도 그녀의 아름다운 움직임이 사람들로 하여금 폴스포츠가 ‘아름답다’는 인식으로 가득 채워질 수 있길 바란다.



출처 : 단대신문(http://dknews.dankook.ac.kr)